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소재와 섬유

by moment_MY 2023. 3. 12.
반응형

소재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의류 소재에서 의미하는 소재는 원단이다. 더 큰 의미에서의 소재는 원단을 이루고 있는 성분 즉 의미에서의 원재료이다. 모든 원단은 이루고 있는 성분 즉, 분자적 의미에서의 원재료이다. 모든 원단은 섬유에서 시작하지만 있으며 그 소재 성분이 섬유 형태로 성형된 이후 실을 거쳐 원단이 될 수 있다. 대개 소재는 섬유와 동일시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천연소재는 모두 처음부터 섬유로 출발한다. 즉, 섬유 형태가 아닌 천연소재는 아예 의류 소재가 될 수 없다. 가죽조차도 예외는 아니다. 면은 셀룰로스 소재이다. 울이나 실크는 단백질 소재이다. 모든 섬유 형태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합성섬유는 애초에 고분자인 플라스틱 덩어리이며 그것을 섬유로 만들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소재는 처음부터 섬유 형태를 띤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이 있다. 레이온 같은 재생 소재는 섬유 형태를 띤 소재이지만 길이가 너무 짧아 도저히 실로 만들 수 없으므로 녹여 죽처럼 만든 다음, 긴 섬유로 뽑아낸 것이다. 유리도 섬유가 아니지만 만들면 의류 소재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옷에 라벨에 Glass 몇 % 라고 표시되어 있으면 그건 우리가 금방 머리에 떠올리는 그런 판상형 유리가 아니라 섬유 형태의 유리라는 뜻이다. 섬유가 아닌 유리는 아무리 많이 포함되어도 라벨에 유리라는 표기를 할 수 없다. 섬유 형태를 띤 소재는 많지만 고체가 의류 소재가 될 수 없는 이유는 고체이면서 유연성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신축성도 있어야 한다. 왜냐면 그것이 최종적으로 2차원 평면 형태가 되었을 때, 인체의 굴곡에 맞게 휘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동작할 때 꺾이는 관절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3차원 물체의 곡선을 따라 휘어질 수 있는 평면 소재를 제조하려면 1차원인 섬유나 실을 교차하여 엮어 만드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 그런 방식을 쓰면 철 같은 전혀 유연성이 없는 고체도 유연하게 휘어지는 평면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중세 유럽의 기사들이 입었던 사슬 갑옷을 생각해보면 된다. 사실 대부분의 고체는 유연성과 신축성이 없다. 그런 물성을 갖추려면 분자 내부에 결정영역과 함께 비결정영역이 혼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패션 소재는 유연성이 있는 소체 섬유에서 출발해야 유리하다. 그냥 실이 아니라 유연성과 신축성이 있는 실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체 섬유는 직조나 편직을 통해 2차원 평면 형태의 원단으로 형성할 수 있는데 그 원단이 바로 유연하여 관절에 따라 꺾이는 신축성 있는 원단이다. 대부분의 섬유는 먼저 실로 만들어야 그다음 형태인 원단이 될 수 있다. 물론 실이 되지 않고 섬유 그 자체만으로 바로 원단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런 원단을 부직포라고 한다. 자연이 만든 원단은 모두 부직포이다. 가죽은 대표적인 천연 부직포 원단이다. 가죽은 선상 단백질 분자가 층층이 겹친 질긴 원단이다. 가죽은 유연하고 부드러운 데다 방수도 되고 내구성 또한 탁월한 희귀원단이지만 다른 동물을 죽여야 얻을 수 있고 착색하려면 막대한 수자원을 소비함과 동시에 오염시키기 때문에 패션 소재로써 가죽의 장래는 사실 어둡다. 그에 비해 최근에 눈비시게 개발되고 있는 합성 가죽은 플라스틱 교체를 섬유가 아닌 거품 형태로 만들어 기초가 되는 원단에 접합하여 만든다. 진피라는 기초 위에 표피가 형성되어 있는 인체의 피부와 같다. 대부분의 고체는 딱딱하고 원하는 형태로 성형할 수 없지만 성형이 가능하여 절대 꺼지지 않는 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층층이 대량으로 쌓여야 원하는 두께를 형성하는 섬유에 비해 거품은 훨씬 더 적은 양으로 원단을 만들 수 있다. 거품에 탄성이나 유연성을 추가하려면 가소제를 첨가하면 된다. 견고한 이 고체 거품이 형성한 쿠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우며 내부에 공기를 함유하여 따뜻하기까지 하다. 단지 열과 마찰에 약해 가죽보다 내구성이 떨어지며 자연에서 수백 년 동안 생분해되기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다. 애초에 섬유가 아니지만 성형할 수 있는 소재가 합성섬유이다. 어떤 유기 고분자는 열이나 용제 등으로 원래의 모양이 아닌 다른 모양으로 성형이 가능하다. 밀가루를 생각해 보면 된다는 밀가루 자체는 섬유와 거리가 멀지만 이를 물과 반죽하여 무르게 한 다음, 가느다란 관을 통과시키면 섬유 형태가 된다. 그것이 국수이다. 이 기술은 단 4가지에 불과했던 천연소재의 범위를 단숨에 광대한 우주 단위로 확대했다. 즉, 어떤 고분자이든 성형이 가능하다면 섬유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어떤 섬유가 이후 의류 소재가 되려면 수많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의류 소재를 연구하는 사람은 반드시 인체 생리학을 먼저 공부해야 한다. 죽을 때까지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살아 숨을 쉬는 인체와 옷이 조화를 이루려면 인체의 작동원리와 조건에 맞도록 설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조화에 실패하면 그 옷을 입는 인간은 무겁다거나 차갑다거나 혹은 딱딱하다는 등의 불평을 쏟아낼 것이다. 불평을 넘어 건강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이 모든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고 간신히 2차원 평면인 원단이 되어도 제약이 있다. 모든 원단은 물에 젖어야 한다. 그래야 영구적인 염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손톱에 칠하는 매니큐어처럼 안료를 도포해야 한다는 패션의류의 생명은 아름다운 색상이 전제되어야 하므로 아무리 좋은 소재라도 염색되지 못하는 원단은 내의로 밖에 사용되지 못한다. 사슬갑옷도 그렇지만 합성섬유인 폴리프로필렌도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눈에는 보이지 않을 뿐 인간은 외부로 수증기를 뿜어내는 항온동물이다. 그 사실을 확인하고 싶으면 손에 일회용 비닐장갑을 껴보면 된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 수증기를 적당히 배출하거나 빨아들이지 못하면 불쾌한 의류가 된다. 땀복이 바로 그런 것이다. 따라서 소재에서 친수성과 통기성은 중요한 조건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