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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지식 기초

의류 소재를 아는가?

by moment_MY 2023.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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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소재를 아는가?

이 글은 읽는 당신은 패션 디자이너이거나 혹은 호기심 많은 원단 판매상일 것이다. 당신은 스스로 의류의 핵심인 소재에 대해 참혹할 만큼 무지하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감추고 있고 이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당신은 자신의 무지조차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낫다.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소재에 무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의류 소재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의류 소재에 대한 지식과 필요한 학습량은 너무 방대하여 인간의 일생 모두 섭렵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것이 그들이 내세우는 무지에 대한 변명이다. 비겁해 보이지만 타당하다.
소재와 디자인은 같은 곳에 서식하나 먹이가 달라 서로에게 방해되지 않는 뱁새와 황새처럼 아무 상관이 없는 영역일까? 한쪽은 과학이나 엔지니어링이고 다른 한쪽은 예술이어서 동떨어져 있는 존재일까? 문제는 소재와 대한 이해와 지식의 깊이가 디자이너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는 기량과 비례하며 디자이너가 설계할 수 있는 의류의 다양성과 효용성 그리고 실용성에 대한 유효 공간 크기의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즉, 당신이 소재를 모르면 당신이 판매할 수 있는 의류의 설계와 디자인에 대한 가능성의 영역이 협소해진다는 의미다. 반대로 소재에 대한 탁월한 지식과 깊은 이해가 있으면 '의류 제조'라는 4차원 공간이 크게 확장될 수 있다. 그에 대한 좋은 예가 ZARA이다. 그동안 한계 영역에 머물러 있던 당신의 협소한 창작 세계는 광속으로 팽창할 수 있으며 방금 이 글을 읽기 시작한 순간, 그 빅뱅 스위치를 누른 것이다. 하루 86,400초라는 시간을 확장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의미 없이 낭비되는 불필요한 시간을 제거하여 압축하는 것은 가능하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
모든 의류에는 브랜드가 있다. 브랜드는 그 제품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 명료한 지표이며 상품의 첫 번째 아이덴티티이다. 브랜드에는 소비자가 기대하는 품질에 대한 기준이 존재한다. 소위 말하는 명품의 경우, 물리 화학적 내구성은 물론이고 착용 시, 착용 중, 심지어 탈의 시 불편하지 않도록 적절한 기능이 있어야 하며 일정 기간이 지나도 제품의 가치가 쉽게 절하되지 않는 불변의 견고함을 갖춰야 한다. 지퍼 하나를 내릴 때도 기름을 부은 듯 부드럽고 미끄럽게 내려가 사용자에게 감동이 밀려와야 한다. 명품 브랜드는 이에 따라 상품의 두 번째 아이콘인 가격을 신중하게 결정한다. 제품에 표시된 가격은 소비자를 행복하게 하는 쪽보다는 절망과 한숨으로 몰아가는 것이 안전하다. 잔인하고 사악한 소비자 가를 기꺼이 지불하고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그에 대응하는 기대치가 있기 마련이다. 만약 품질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즉시, 소비자에게 외면받음으로써 시장에서 처벌받는다. 그들은 냉혹하며 절대 관대하지 않다. 이에 따라 사고파는 두 당사자 간, 아무런 약속도 성문화된 계약서도 주고받지 않지만 절대 어길 수 없는 무시 무한 불문율이 존재한다. 가격이 상승할수록 기대치는 높아지므로 높아진 기대치에 부응할 만큼 제품의 품질은 상승해야 한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디자이너는 제품에 적용할 최적의 소재를 적확하게 찾아야 하며 실수는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이것이 디자이너가 소재에 대해 깊고 넓은 이해가 필요한 절대적인 이유이다.
우리가 초등학교 떄부터 과학을 배우는 이유는 명백하다. 무지한 인간에게 마술과 과학의 차이가 없다. 무지가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한 인간을 타인에게 지배당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 행성의 생태계는 먹고 먹히는 냉혹한 약육강식의 시스템으로 설계되었다. 톰슨가젤이 태어난 유일한 이유는 치타의 먹이가 되기 위해서이다. 톰슨가젤은 치타에게 산 채로 먹히지만 잔혹한 범죄 현장이 아니다.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당연한 자연의 법칙이다. 당신은 치타가 되고 싶은가 아니면 톰슨가젤이 되고 싶은가? 학교는 사람들에게 가련한 톰슨가젤이 되지 않도록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학교에서 배운 과학이 평생 당신의 생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다. 만약 기억이 희미해졌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섭렵하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과학은 평생 당신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적이 될 것이다. 과학을 적으로 남겨두는 것보다는 친구로 만드는 것이 훨씬 더 좋다. 물론 기꺼이 톰슨가젤이 되고 싶은 사람은 행복한 피지배자로 살면 된다. 사실 인구의 대부분이 그런 사람들이며 그것이 생태계가 유지되도록 작동하는 알고리즘이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초등 고학년만 되어도 가르치기 어렵다. 후진국 출신 부모가 배운 예전 지식은 선진국 시민인 아이들에게는 이미 석기시대의 유물이기 때문이다. 현생 인류는 200만 년 동안 살아온 호모사피엔스의 역사를 단 백 년으로 압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ai로 인하여 20년 이내에 현존하는 대부분의 직업이 사라진다.
패션산업은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직업이겠지만 그 사실이 당신의 은퇴를 연장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직업은 존속하되 인력은 새로운 인물로 급속하게 대체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 과학과 소재 지식으로 무장한 젋은 선진국 아이들은 당신보다 10년 늦게 시작했지만 1~2년 이내에 당신을 추월하게 될 것이며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고도의 경지를 향해 질주할 것이다.
자동차 제조에 관여하는 디자이너나 엔지니어라면 자신이 만들고 있는 자동차의 제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식견을 가질 것이다. 디자이너는 차의 외관뿐 아니라 엔진과 구동장치에 대해서도 수준 높은 이해가 필요하고 엔지니어는 반대로 디자인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있어야 한다. 자동차는 최소 공간 내에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엔진을 투입하되 무게 배분을 최적으로 세팅해야 코너링할 때 뒤가 털리지 않는다. 디자인과 구동 기간은 서로 다른 영역으로 보이지만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패션의류도 마찬가지이다.
소재와 디자인은 깊은 상관관계를 이루고 있으며 그 사실을 이해해야 팔리지 않는 의류를 제조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100% 마로 된 소재는 도저히 겨울에 입을 수 없다. 만약 세상에 소재가 그것뿐이라면 겨울에는 집 안에만 머물러야 할 것이다. 그것이 현재 당신이 사는 작은 세상이다. 하지만 빅뱅 스위치를 누르고 다시 태어난 우리는 마로도 겨울 의류를 만들 수 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이다. 행복한 톰슨가젤에 만족하지 않고 다리를 다치면 기꺼이 굶어 죽는 치타를 선택한 당신의 운명은 순탄하지 않으나 우아하고 멋질 것임을 보장한다.
의류 소재와 산업 소재, 둘 중 어느 쪽의 물성이 더 강해야 할까? 쉬운 질문 같지만 의외로 의류 소재이다. 산업 소재는 목적에 맞는 특별한 기능이나 조건만 수용하면 되지만 의류는 수십 가지 물리 화학적 조건을 견뎌야 하며 특히, 세탁과 건조라는 지속적이고도 혹독한 시련을 이겨내야 한다. 그렇다고 물성이 너무 강해서도 안 된다. 원단이 의류 형태로 성형되기 위해서는 쉽게 잘리고, 말리고 때로는 적당히 접히거나 구겨지기도 해야 한다. 유로화 코인 합금 소재인 '노르딕 골드 광택이 나고 녹슬지 않아 반지나 목걸이 같은 장신구를 만들기 좋다. 하지만 너무 단단해 성형이 어렵다는 치명적 문제 때문에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 의류 가능 소재는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세상에 존재하는 천연 의류 소재는 단 4가지뿐이다. 지구상에는 5천만 종의 동식물이 존재하지만 그중 직접 의류 소재로 쓸 수 있는 식물은 단 2가지뿐이며 불과 10여 가지 동물의 털과 분비물만이 사용할 수 있는 전부이다. 일단 범위가 수천만분의 1로 축소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단지 80년 전에 캐러 더 스가 발명한 합성섬유와 샤르도네가 고안한 나무로 만든 재생섬유가 추가되었을 뿐이다. 그 외의 몇 가지는 패션의류에서 그다지 필요 없으니 몰라도 된다.
의류 소재가 이렇게 제한된 범위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단지 악조건에 견뎌야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단 모든 의류 소재는 섬유 형태가 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실로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꾸로 섬유 형태를 띠고 있는 대부분의 소재는 의류 소재가 될 수 없다. 유리섬유나 석면이 대표적인 예이다. 한떄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섬유가 의류 소재로 쓰인 적이 있지만 초단기간이었다. 섬유가 끊어지면 피부를 찌르기 때문이었다. 옷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는 소재-섬유-실-원단-옷이라는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여기에서 소재는 원료가 되는 유기물이나 무기물을 말한다. 소재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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